이번 여름에는 세대가 함께,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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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다른 세대와 어울림이 좋아

 

 


ⓒ motzi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여가의 계절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동안 분주했던 일상의 삶을 뒤로하고 안락한 쉼의 자리를 찾아 떠난다. 이러한 여가가 우리의 삶에 갖는 기능에 대해 프랑스의 대표적 여가학자인 듀마제디에는 일에서 오는 육체적 피로를 해소시켜 주는 휴식의 기능과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기분전환의 기능, 그리고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고 더욱 창조적인 활동을 가능케 해주는 자기계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여가의 기능 중에 정신노동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일상을 탈출하여 쉬는 개념이나 기분을 전환하는 차원의 여가를 넘어서, 일상생활을 더욱 제대로 감당하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서 자기계발의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여기서 자기계발은 단순히 지식적 능력이나 재능의 계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근래 유행하는 개념인 웰빙의 진정한 차원을 실현하기 위한 전인적인 삶의 지혜를 습득하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전인적으로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기 위한 요소로서의, 여가를 통한 자기계발은 단지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이나 공간을 갖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모든 인간은 예외없이 태어나면서부터 주변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도록 규정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관계가 각자의 삶에 얼마나 긍정적, 부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우리의 삶에 있어 관계성은 행복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는 네트워크의 시대라고 말한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어우러지면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이 시대는 혼자 고립되어서는 결코 살아갈 수 없으며, 다른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능력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현대사회의 여가는 단지 혼자만의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자신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함께 누리고 즐기는 차원에서 이루어질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시대의 여가는 고대사회가 보여준 여가의 모습과 비슷한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고대 사회는 지배계급이나 피지배계급 또는 노년이나 유년 등 연령간, 계층간의 나누임이 없이 모두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기는 사회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교회는 이 시대의 여가문화를 주도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에베소서의 말씀처럼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막힌 담을 허시고 평화를 이루기 위함이다. 또한 성령의 사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진 다름과 차이를 넘어서 하나로 만드시는데 있다. 그렇기에 교회는 세상의 어떤 공동체보다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우리의 하나됨을 강조해 왔으며, 초대교회는 매우 다양한 계층과 연령층의 사람들이 함께 하며 진정으로 삶을 나누는 공동체를 형성하였다.

특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사회는 세대간의 갈등과 충돌의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차원의 고민과 시도들이 있지만, 서로 다른 패러다임 속에 놓여져 있기에 결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각 세대가 서로 자주 만나는 것이 중요한데, 이 또한 해결이 쉽지 않다. 가장 밀도가 높은 공동체 단위인 가정에서조차 세대간의 대화가 단절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 이번 여름은 교회와 가정에서 각 세대가 함께 만나는 시간으로 지내면 어떨까? 그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던 세대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매년 여름이 되면 둘째 딸은 중고등부 수련회로, 첫째 아들은 청년부 수련회로, 부모는 장년부 수련회로 뿔뿔이 흩어져 이산가족이 되어버리는 우리의 영적 여가를 이제는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함께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서로 다른 패러다임 속에 살아가는 세대가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 만나 서로가 가진 삶의 지혜를 나눈다면 그것이 진정한 자기계발을 이루는 여가가 아니겠는가

위 글은 문화선교연구원에서 발행한 문화매거진 <오늘> 2004년 7-8월호에 실린 글로 <오늘> 편집부에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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