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화가가 찰스 스펄전(Charles Spurgeon)의 초상화를 그리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곧 불평하면서 “그림을 그릴 수가 없습니다. 얼굴이 매일 바뀌고 있어요.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인 적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스펄전은 단연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가장 유명한 설교자였지만, 동시에 가장 무거운 짐을 진 자이기도 했다.
그는 정신 건강에 관한 책을 30권 이상을 갖고 있었다. 우울증에 관해 읽고, 쓰고, 또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 스펄전은 편지에서 그의 영혼이 쇠약해지고 있다고 자주 언급했다. 종종 자신을 “죄수”로 부르고 이유 없이 울었다.
“나와 같은 고통을 겪어야 하는 개가 불쌍하다.”
스펄전의 기분이 좋았다 가라앉았다 하거나, 위아래로 오르락 내리락 하거나,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다가도 무력감을 느끼기를 반복하며 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주장한 전기 작가들이 있다. 또 스펄전의 “기절”이 두뇌의 화학적 불균형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다.
런던의 정신과 의사 아닐 델(Anil Den)은, 스펄전의 우울증은 타고난 것이며, 만약 지금 살아있다면 약으로 치유되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스펄전의 우울증에 관한 가장 훌륭한 최신 논문을 쓴 브라이언 알버트(Brian Albert) 박사에 따르면, 스펄전의 주치의 조지프 키드(Joseph Kidd), R. M. 밀러(Miller), 러셀 레이놀즈(Russel Reynolds)는 스펄전의 우울증이 “걱정이나 일의 과도한 중압감” 때문에 왔다고 보았다.
스펄전의 아내는 날씨가 정신적 안정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흐리고 음울한 날이 그를 우울하게 했다.”고 썼다.
스펄전의 우울증은 단순한 정신적인 문제였을까? 스펄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영혼의 질병”을 인정했고, 또한 뇌도 신체처럼 쇠약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신체에 약이 필요하다면, 왜 정신에 아니겠는가? “이것은 회개의 영역은 아니지만, 소화불량이나 우울하게 하는 다른 악의 작용이다.”라고 추측했다.
“문제에 빠진 사람은 상당한 것을 경험하지만, 이는 그가 기독교인이라서가 아니라 단지 사람이기 때문에, 그것도 병약하고 감성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정신 건강에 대한 이해는 현대 같지 않았다. 그래서 우울증을 질병이라기보다는 질환으로 보아서 모든 사람은 완치될 수 있다고 믿었다. 심각한 경우에 가장 흔한 치료는 공공 병원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스펄전의 런던 첫 교회가 “정신병원” 옆에 있다.)
“몸을 갖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영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의사들은 목사만큼이나 자주 필요하다.”
이미 죽은 사람을 진단하는 것은 쉽지도 않고 정확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스펄전의 경우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스펄전은 왜 우울했을까? 몇 가지 이유를 그의 글에서 발췌했다.
1. 화학적 불균형
“정신은 신체보다 훨씬 더 아래로 내려간다. 왜냐하면 끝이 없는 구덩이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우울한 기질이 있다.”
2. 질병
“5주 넘게 질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동안, 우울함의 깊은 물속에 잠겨 있었다.”
“간 기능 저하는 정신적 감정으로 간주할만한 무시무시한 예감을 일으킨다.”
3. 트라우마
“‘절망의 성’ 아래에 길 잃은 자가 거처하는 곳처럼 음울한 지하 감옥이 있다. 거기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있다.” (1856년 서레이가든 음악당 비극의 맥락에서)
4. 외로움
“내가 오해한 게 아니라면 외로움은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다. 우울함의 원천이기도 하다.”
5. 과도한 정신노동
“모든 정신노동은 지치게 하고 우울하게 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나친 연구는 육체에 피로를 더하기 때문이다.”
“아직 심각한 우울함의 발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두뇌가 지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자주는 아니어서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란다.”
6. 명성
“처음 런던의 목사가 되었을 때, 이 성공은 내게 충격을 주었다. 지금까지 즐겁게 하던 일이 직업이 되면서, 나는 가장 낮은 곳으로 내던져지고, 내 고통의 신음이 입 밖으로 나왔으며 대영광송을 위한 공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7. 실패
“얼마나 자주 우리의 증언의 결점을 인식하고 한밤중에 소파에서 이리저리 뒤척였는지 모른다. 얼마나 많이 강단으로 다시 돌아가 차갑게 했던 말을, 더욱 더 열정적으로 설교하기를 간절히 바랐는지 모른다.”
8. 죄
“나는 엄청난 죄를 지은 것을 발견했을 때 그토록 끔찍한 고통을 겪으면서 어떻게 내 손이 몸을 산산이 부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었는지가 지금까지, 너무나 자주 의아하다.”
9. 긴장
“너무나 슬프게도, 지난 일요일 밤에 나는 설교할 수 없었다. 이 본문이 유용할 것을 기대하며, 설교를 준비했다. 교리를 설명하는 아침 설교에 내용을 추가할 작정이었기 때문이다. 저녁 설교는 실제적으로 호기심 많은 죄인의 관심에 대해 언급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설교하기 딱 좋은 감정이었는데 갑자기 과도한 긴장이 나를 덮쳤고, 자제력을 모두 잃고서 괴로워하며 설교단을 내려왔다.”
10. 논쟁
“내 사람들이 떠나갈 때 견딘 것을 편지로 다 말할 수 없다.”
“평생 섬겨온 사람들로부터 일평생 큰 고통을 겪었다.”
11. 비판
스펄전은 “‘9일의 기적’이다. 어떤 사람이 갑자기 혜성처럼 종교적인 분위기로 쏘아 올려졌다. 그는 마치 로켓처럼 올라갔고, 오래지 않아 막대기처럼 떨어질 것이다.” (1855년 4월 28일 발행된 The Sheffield and Rotherham Independent에서)
마지막 말
스펄전의 우울증이 목회를 방해하지는 못했다. 사실 도움이 되었다.
스펄전의 너무나 다양한 얼굴 때문에 화가가 초상화를 그리다가 불만을 품을 수 있지만, 그 때문에 양떼들이 가진 문제에 광범위하게 공감을 느낄 수 있는 목회자가 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스펄전이 “대중의 목회자(the people's preacher)”였던 이유이다.
스펄전은 자신의 우울증을 “거친 옷을 입은 예언자”라고 불렀다. 그는 자신의 연약함으로 인간으로서 우리 모두가 먼지에서 태어났음을 상기시켰다.
“누군가 정신질환에 대해 완전히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약간 균형을 잃은 사람들이 아닐까?”
스펄전과 함께, 우리의 고통의 그림자에 하나님의 강함을 조명해주시기를…
글쓴이 크리스티안 조지(Christian George) http://www.desiringgod.org
Midwestern 침례신학대학원 스펄전 도서관의 큐레이터이자 신학자이다. 지금은 내년에 출판 예정인 찰스 스펄전의 잃어버린 설교에 대한 여러 권의 출판물을 작업하고 있다. Churchleaders.com에 게시된 "11 Reasons Spurgeon Was Depressed"를 문화선교연구원에서 번역, 편집하여 한국 교회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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