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기독교 축제를 찾아서
세계불꽃축제, 억새꽃축제, 국화축제, 장미축제, 코스모스축제, 갯벌체험축제, 한국만 해도 계절마다 지역마다 수십 수백여 축제가 있다. 그런데 오늘날 기독교에서 축제라고 할 만한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지금에야 각 지역의 콘텐츠를 활용해 하나의 관광객 유치 차원으로 상품화한 것이 의례화되어 있지만, 본디 "축제란 그 나라의 세시풍속이 되고 세시풍속은 나라의 정신의 소산이요 문화의 소산이 되는 법"(강무학, 『한국세시풍속기』 (서울: 집문당, 1987), 16.)이다. 그렇다면 기독교의 신앙과 영성을 축제로 꽃 피운 것이 있을 법도 하다. 여기에 각 지역의 문화, 정신뿐만 아니라 기독교적 신앙 혹은 신념을 담아 축제의 영성으로 자리매김한 세계의 기독교 축제를 소개해 본다.
독일의 오버람머가우 페스티벌
passionsspiele oberammergau(Germanny)
독일 남부의 바이에른 알프스 부근에 400년간 그 명맥을 유지해온 페스티벌이 있다. 바로 오버람머가우 페스티벌이다. 산속의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이 축제가 유명한 이유는 10년에 한 번씩 마을 사람들에 의해 공연되는 <예수 수난극> 때문이다.
Choir
주로 <예수 수난극>을 상영할 때만 사용되는 극장 무대 밑에 관객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The loss of paradise
기독교 교리를 잘 알지 못하는 다양한 문화권의 관광객을 위해 에덴에서의 추방부터 극이 시작된다.
전쟁과 흑사병이 창궐하던 1633년, 마을주민들의 80%가 목숨을 잃으면서 사람들은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였다. “전염병에서 해방될 경우 엄숙하게, 그리고 10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영원히 <예수 수난극>을 공연하겠다”고 말이다. 이후 신기하게도 흑사병이 깨끗이 사라졌고, 오버람머가우 마을 주민들은 서원을 지키기로 했다. 15세기 후반의 텍스트를 기초로 해 몸소 무대를 준비하고 배우로서 연습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1634년부터 이후 10년 단위로 개최되다가 공연이 확장되기도 하고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400여 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덧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수난극>이 되었다.
1750년경에 1만 여명의 관람객이 참석하던 수난극은 현재 5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자그마치 5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수천 명의 연기자들과 가축들이 등장하는 대서사시가 이토록 명맥을 이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오직 마을 주민들의 열성적인 의지 때문이다. 5,000명에 불과한 마을주민에도 불구하고 오버람머가우 마을에서 태어나거나 혹은 마을에서 20년 이상 거주한 사람들에 한해서만 연극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명맥을 이어가고자 하는 마을 주민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선조들의 순수한 서원을 지키고자 했던 신앙이 시간이 지나면서 관광상품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버람머가우 마을의 사람들은 이 <수난극>을 통해 자신들의 성경에 대한 굳건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마태복음에서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는 말씀으로 하나님과 재물은 하나가 될 수 없는 관계임을 피력하고 있다. 이는 곧 수난극으로 하나님을 섬길 때 맘몬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400여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오버람머가우 페스티벌은 음악, 무대, 스토리의 해석 등 관광객의 수요에 맞추어 그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신앙이 마을공동체의 평화와 단합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보여주고, 그들의 뿌리 깊은 문화를 형성하게 했다는 점에서 오버람머가우 페스티벌은 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축제를 통해 오랜 시간 지역사회와 많은 주민들에게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뜻하지 않게 페스티벌로 인한 재정적 위기가 찾아왔다고 한다. 이러한 고비를 안고 마을의 정체성 고수와 마을사회의 결집성, 그들만의 신앙적 표현, 그리고 선교적인 도구로서의 오버람머가우 페스티벌이 그 명맥을 어떻게 이어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가장 최근의 오버람머가우 페스티벌은 2010년에 있었으며 다음 페스티벌은 2020년에나 열릴 예정이다.
Last supper
Crucifixion
Way of the cross
Passionplay Oberammergau 2010 / Brigitte Maria Mayer
http://www.passionplay-oberammergau.com
출처
박재필, 『즐거운 하나님: 교회, 놀이를 말하다』, (서울: 문화선교연구원, 2014), 부록Ⅱ. 축제, 사람들과 함께 놀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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