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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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방주로서 사랑

<머드>(제프 니콜스, 드라마, 15, 2013)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은 물론이고 이야기를 통해 메시지를 생산해내는 감독의 연출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테이크 쉘터>에 대한 감동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터라 무조건 보게 된 것인데, 바람 한 점 없는 잔잔한 호수에 갑자기 돌풍이 일다가 다시금 잔잔해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영화관을 떠나면서 난 인상 깊었던 몇 개의 장면들이 마음에 각인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중 하나는 미시시피 강 하류에 있는 한적한 섬에 숨어 지내는 머드(매튜 매커너히 분)가 자주 해를 향해 얼굴을 드는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머드가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것들을 매개로 원시인들의 일상을 느낄 수 있는 신화적인 이야기를 드문드문 나열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사랑에 충실하고자 하는 열정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가족 관계에서 상당히 전통적인 언어들이 사용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영화의 배경은 미국의 보수 지역으로 소문난 남부 미시시피 강 지역이다. 이 정도면 대체로 영화가 현실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감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감독은 미국 사회에서 상실되고 있는 전통에 대한 향수를 화면을 통해 느끼도록 연출함으로써 현대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족 해체, 상실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사랑에 대해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특히 앨리스(타이 셰리던 분)와 직접적인 관계에서 혹은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과 관련해서 전통적인 가치들의 단절과 연속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볼 수 있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아는 사람이면 비슷한 점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것이다. 모험까지는 아니라도 홍수로 떠 내려와 한적한 섬 나무 위에 걸려 있는 보트에 대한 두 소년의 호기심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배경도 미시시피 강 유역으로 같다. ‘허클베리의 핀의 모험은 아이들의 눈에 비친 사회의 모습을 매개로 사회를 비판하고 있듯이, <머드> 역시 앨리스가 보는 어른들의 사회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혼 직전의 가정, 부모를 잃고 삼촌과 함께 사는 친구 넥본의 환경, 쾌락적이며 탐닉적인 사랑과 사랑의 배신, 부모와 자녀 관계, 서로에 대해 증오를 갖고 사는 삶, 그리고 도시화 현상에 따른 가족 해체 등. 14살의 앨리스의 눈과 경험을 통해 감독은 어른들의 삶이 어떠한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현대 미국이 잃어버린 보수적인 전통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이런 현실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묻는다.

앨리스는 이혼 직전의 가정환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긴장과 갈등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고 있다. 가끔 아버지를 도와 생선 파는 일을 하는데, 다혈질이며 충동적이다. 그의 친구 넥본은 부모 없이 삼촌과 함께 지낸다. 둘은 보트에 대한 호기심으로 찾아간 한적한 섬에서 주니퍼(리즈 위더스푼 분)를 기다리는 머드를 만난다. 머드는 그들과 같은 지역 출신으로 경찰을 피해 피신 중이다. 머드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앨리스는 넥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그를 돕는데, 처음에는 먹을 것을 공급하다가, 나중에는 보트를 수리하기 위한 부품들을 조달한다. 앨리스가 머드를 돕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에게서 한 여자를 사랑하는 열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여자 주니퍼를 지키기 위해 살인을 하고 쫓기고 있는 그에게서 앨리스는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머드가 부탁하는 일이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심지어 도둑으로 몰릴 정도가 되었어도 그랬다. 이제 막 이성에 대해 눈을 뜬 앨리스에게 머드는 사랑과 인생에 대한 멘토로서 부모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다시 말해 앨리스는 진정한 사랑을 얻기 위해 힘겹게 싸우는 머드와 주니퍼를 도우면서 사랑의 진정성을 깨닫고 있었다. 어두운 가정 분위기에서 머드와 주니퍼는 앨리스에게 새로운 희망이었다. 심지어 감독은 머드에게서 앨리스의 미래를 볼 수 있도록 연출하였는데, 이는 앨리스에 대한 머드의 영향력을 말하기 위한 감독의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주니퍼가 보트를 타고 떠나자는 머드의 제안을 거절한 것을 계기로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로 이어진다. 주니퍼의 거절에 대해 머드는 그녀와의 관계를 끊고 떠나려고 하는데, 앨리스는 그토록 성사되길 바랐던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크게 실망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인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머드는 자신이 그토록 매달렸던 주니퍼와의 관계를 내려놓으면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얻는다. 산 위에 세워진 노아의 배는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삼겨 버린 홍수가 왔을 때 구원의 방주 역할을 했던 것처럼, 나무 위에 걸린 보트 역시 비록 주니퍼에게는 불안한 미래였고 또 비현실적인 환상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머드에게는 진흙탕 같은 인생에서 빠져나오도록 하는 구원을 의미했다.

머드를 만나면서 앨리스는 남녀의 사랑에 있어서 겪을 수 있는 상실과 배신과 실패를 경험하고 남자로서 성장한다. 부모의 이혼을 통해 사랑의 상실을 경험하고, 여자 친구와의 관계에서 사랑의 실패를 겪었으며, 머드와 주니퍼의 관계를 통해 사랑의 배신을 알게 된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또한 사랑을 배우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앨리스의 성장 이야기다. 진흙탕 같은 인생에서 피할 곳은 바로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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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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