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대 뉴스 _ 문화선교연구원 선정
어떤 의미에서 하나님 나라는 세계에 대한 대안이다. 물질적으로 잘 사는 것에 대한 대안이며, 소비문화에 깊이 함몰된 세계에 대한 대안이다. 갈등과 분열을 획책하는 세계에 대한 대안이며, 타인을 배제하고 자기 신념을 강화하는 세계에 대한 대안이다. 성숙한 세계에 대한 대안은, 의식주라는 생존의 문제에서 웰빙에 이르기까지, 응당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안에 대해 거듭 질문하게 하고 다시 생각하게 함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직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게 한다.
대안의식이란 기존 질서와 의식을 비판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학자 월터 브루그만이 지적한대로, 대안의식은 진보가 그동안 해 온 일, 곧 현존하는 질서를 거부하고 불법성을 드러내는 일을 한다. 사람들의 의식의 저변에 있는 허위의식을 비판하고, 사안이 가지고 있는 이데올로기성을 폭로하는 것이 성숙한 대안의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의 대안의식이 더 중요한 까닭은, “신앙공동체가 나아갈 다른 시대와 상황을 약속해 줌으로써 개인과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일을 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앞날에 대한 상상력을 증폭한다. 하나님께서 주재하시며,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세계에 대한 열망을 품게 하고, 약속의 미래를 투신하게 한다는 데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대안의식이란 “보수주의자들이 해 온 일, 곧 하나님께서 약속하셨고 분명히 허락하실 새로움에 열렬한 기대를 품고 살게 하는 일을 한다”(<예언자적 상상력>, 52쪽). 그래서 하나님 나라의 대안의식을 지닌 개인과 공동체는, 때로 급진적인 진보와 결합하기도 하고, 근본주의적인 보수와 연대하기도 한다. 하나님 나라는 전혀 다른 세계이지만 이 세계 안에서 이루어질 세계다. 또한 인간적인 연대와 화합을 통해 이룩할 나라이지만 공동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나라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하나님 나라의 상상력을 지닌 사람은 좌편과 우편과 함께 하지만, 좌편과 우편에 경도되지 않는다. 약속된 미래를 향해, 성큼 다가서야 할 사명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2013년, 한국사회에서 사안들이 정치성을 띄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정치적인 이해가 갈등과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것이 문제다.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대다수의 논쟁은 정파적이며, 이념적인 문제로 환원된다. 정쟁과 당파의 논리로 편 가르기하고, 상대편에 대해 매우 적대적이다. 심지어 교계의 사안도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기도 한다. 동성애에 대한 입장 표명으로 번진 차별금지법이라든가, 곤욕을 치르면서도 강행했던 WCC 등, 교계의 이슈는 신앙도 진보와 보수로 갈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사안들도 이에 다르지 않다. 올해 연말을 대자보 붐을 일으킨 ‘안녕들하십니까?’라든가, 이제는 공중파에 비견할 만한 영향력을 지닌 종편 등은, 당분간 논쟁의 불씨로 남아 있을 것이다. 올 한해 가장 주목할 만한 영화로 평가받는 설국열차는, 이러한 첨예한 대립과 투쟁의 현실을 집약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사람들은 이 팍팍하고 날 서 있는 도시에서 힐링을 원하고, 과거를 추억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베스트셀러 상위에 링크된 불교계의 출판 러시는 이를 방증하며, 케이블 티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선전을 하고 있는 ‘응답하라 1994’ 등은, 우리 사회에서 ‘추억과 그리움’이 키워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한국 교회와 기독교 문화계의 잔잔한 선전이다. ‘세습금지법’은 한국 교회가 사회적 상식과 공공성에도 근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서울국제사랑영화제’라든가 ‘아유레디’, ‘블랙 가스펠’등 기독교 영화들은 기독교 문화가 그래도 우리 사회 안에서 자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즐거운 소식을 들려줬다.
문화선교연구원은 이 땅에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를 꿈꾸며, 2013년의 십대뉴스를 다음과 같이 추렸다.
사회 문화 분야
1. 방송 : <응답하라, 1994> _ 고단한 세대의 따뜻한 기억
2. 영화 : <설국열차> _ 암울한 묵시록에서 희망 찾기
3. 책 : 스님들이 뜨고 있다 _ 계속되는 스님들의 출판 러쉬
4. 언론 : 종합편성채널 _ 종편의 약진, 이념의 선정성
5. 정치 : 안녕들하십니까 _ 대자보 열풍
교계 이슈 분야
6. 기독교 문화 1 : 서울국제사랑영화제 _ 사랑, 그 아름다움을 노래하다
7. 기독교 문화 2 : 다양한 기독영화의 선전 _ 다양성을 기반으로 선전하다
8. 기독교 이슈 1 : 차별금지법 _ 찬성과 반대 사이에 선 기독교인
9. 기독교 이슈 2 : “WCC 총회 개최” _ 종교성과 공공성을 논하다
10. 기독교 이슈 3 : “세습금지법” _ 교회, 사회적 책임을 향해 나아가다
사회 문화 분야
1. 방송 : <응답하라, 1994> _ 고단한 세대의 따뜻한 기억
케이블 텔레비전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는 1994년 서울 신촌 대학가를 배경으로 한다. 전국각지에서 상경한 대학생들의 눈물겨운 상경기이고, 끈끈한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다. 1990년대는 좋은 시절이었다. 이념의 시대가 끝난 만큼 정치적인 구호도 잦아들던 시대다. 경제적인 풍요를 구가하며 대중문화를 처음으로 주류 문화로 인정하던 시대다. 그러나 1990년대는 고속 성장의 아픔을 절감한 시기이기도 하다.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고, 1995년에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1997년에는 IMF를 맞아 성장신화가 한풀 꺾였다. ‘응답하라 1994’는 90년대라는 특별한 시대상을 회고한다. 고도 성장의 수혜를 누리다가, 부실한 성장의 진통을 겪는 시기다. 예기치 않은 불황과 시련을 맛보던 시기다. 당대를 한 개인의 발달 과정에 빗댄다면, 청소년 딱지를 떼고 처음으로 어른으로 대접받는 대학생과 어울린다. 몸은 부쩍 커 버렸지만, 아직 미숙한 대학 초년생들이라면 더 그렇다.
드라마는 ‘신촌’을 무대로 한다. 대학가가 밀집되어 있고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대학생이 많다고 해서 80년대 대학생들과 동급으로 놓을 수 없다. 이들은 더 이상 사회과학서적을 읽지 않고 사회변혁을 꿈꾸지 않는다. 문화를 소비하고 문화를 즐기는 첫 대학생이다. 사회적인 이성이 아니라 문화적인 감성이 처음으로 깨인 세대다.
‘응답하라 1994’는 이제는 다른 주류가 되고 있는 90년대 대학생들의 추억담이다. 그들은 이제 풋내기 대학생이 아니다. 일터에선 부지런한 직장인이고, 가정에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마흔이라는 나이에도 아직 미혼으로 지내고 있다. 전 세대보다 사회적 성취도 늦고, 또렷하게 이루어놓은 것없이 하루 하루 살아가는 데 바쁜 세대다. ‘응답하라 1994’는 바로 이런 한국의 사회 문화 전반을 끌어가는 3040대 젊은 세대들의 아련한 추억이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치열한 생존에 고투하는 세대들의 ‘기쁜 우리 젊은 날’이며, 서툴렀지만 순수했던 그 시절에 대한 회고이다. 또한 몇 년 째 계속되는 대중문화의 복고 바람의 절정에 선 프로그램이다.
2. 영화 : 설국열차 _ 암울한 묵시록에서 희망 찾기
삶이라는 기차에 올라탄 우리들은 살아남기 위해 끝을 향해 쉼 없이 달려간다. 학교에서는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사회에서는 더 나은 삶을 얻고자 경제력과 지위를 확보한 뒤, 기득권을 유지해야 한다. 인류의 역사가 투쟁의 산물인 듯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그들의 처지를, 속한 사회를, 나라를 바꾸려는 에너지는 때가 되면 나타나 가진 자와 그것을 얻으려는 무리들을 향해 계속하여 토네이도처럼 휘몰아친다. 이는 지금보다 나은 삶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에 때론 기존 시스템을 부정하는 혁명으로든 때로는 합의된 제도 아래에서 선거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 먹이사슬의 끝에 위치한 백곰은 아주 극소수이고 확고부동하다. 방법은 단 하나, 스스로 선택하여 그 기차의 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오는 수밖에. 2013년 여름, 우리가 사는 세상을 강타한 영화 <설국열차>는 이러한 ‘현실’에 봉준호 감독이 직접적이고 단선적인 플롯으로 돌직구를 날리는 우화이다.
설국열차는 올 여름, 930만을 동원했다. 천만 흥행을 이루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는, 설국열차가 쏟아낸 이야기들이 활기있는 담론으로 이어졌다는 데 반가움이 앞선다. 우리가 한동안 잊었던 혁명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발버등 쳐봐야 시스템을 지배하는 자에게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치를 담고 있는 듯 하지만, 비극적인 현재를 넘어설 희망도 타진하고 있지 않은가? 공교롭게도 하나님의 뜻을 맡았던 예언자 요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캐릭터 ‘요나’가 바로 그 중심에 있다.
영화는 늘 그렇듯이 앙드레 바쟁의 말처럼 현실을 반영한다. 상업영화로서 성공적인 비결 중에 하나는 얼마만큼 현실의 기류를 잘 읽어내어 그것을 영화라는 가상의 스토리에 반영 할 수 있느냐이다. 그만큼 한국사회가 상대적 박탈감에 휘청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3. 책 : 스님들이 뜨고 있다 _ 계속되는 스님들의 출판 러쉬
2012년부터 스님들이 국민 힐링 멘토로 뜨고 있다. 그 한복판에 혜민과 법륜스님이 있다. 혜민은 2012년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나눈 대화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을 출간하여 현재 까지 누적 판매 부수가 240만 부를 넘어섰다. 스님을 만나기를 갈망하는 대중을 위해 전국을 순회하며 ‘마음치유 콘서트’를 열기도 하였다.
법륜은 마치 인생의 모든 문제를 꿰뚫고 세상만사에 대한 답을 주는 힐링과 행복전도사처럼 활동하고 있다. 즉문즉설이란 형식의 대화를 나눈 상담의 원천은 어디에서 오는가? <인생수업>이란 책에서 내일 말고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라고 하면서 삶의 현실적인 어려움 앞에서 상처받고 방황하는 이에게 죽비를 들어 설파하고 있다. 욕망을 낮추고, 당장 내일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오늘 행복할 길이 보인다고.
언론과 인터뷰에서 법륜은 “성장주의, 물신주의에 종교도 합류하고 있다면서, 사회가 부정의하면 이런 신앙체계는 확산되기 마련”이란다. 현재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내용을 담은 유튜브 조회수는 하루 평균 6만6300회를 넘어섰고 <인생수업>은 7주째 베스트셀러 1위를(한국출판인회 집계)를 기록하고 있다.
오늘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대중에게 그들의 일상 언어로 삶의 문제에 대한 친절한 답을 주고 있다. 스님들이 뜨고 있다는 것은 한국사회가 그 만큼 살기 어렵다고 하는 반증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시대 속에서 교회와 종교인들이 현대들의 문제 앞에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4. 방송 : “종합편성채널”_ 종편의 약진, 이념의 선정성
미디어의 TV 분야에 있어서 2013년도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중 하나는 무엇보다도 종편의 대약진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동아, MBN, 중앙, 연합, 등의 종편 채널의 케이블 시장 진입은 TV 지형의 큰 변화를 주도했다.
특히 이들 종편이 정치와 사회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보도 시사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하면서 사회적 이슈를 상당부분 생산하고, 유통 시키면서 그 영향력을 확대하였다. 이러한 종편의 영향력은, 특별히 보도 부분에 있어서 앞으로 지상파를 추월할 것으로까지 예측된다.
종편의 약진은 무엇보다도 기존 인터넷 언론 지형이 자신들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던 중도보수 혹은 보수 성향의 중장년과 노년층의 여론을 수렴 의견을 대변함으로써 40대이상의 시청자들을 급격하게 흡수하였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아울러 공중파와는 달리 정치적 성향을 비교적 자유롭게 피력하는 보도 형태에 뉴스 소비자들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는 점, 또한 정치와 연예를 결합한 새로운 장르의 프로그램을 선보임으로써 정치 담론을 거부감없이 소비하게 한다는 점, 심지어 JTBC와 같은 종편은 진보 성향의 언론인인 손석희를 사장으로 영입함으로써 진보 성향의 시청자까지 흡수는 등 종편이 스스로 그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성향의 뉴스 소비자를 공격적으로 끌어들이는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 영향력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종편의 영향력의 확대는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그 중에서도 시청률 확보를 위한 선정적 발언과 이른바 막말 발언이 여과없이 전달되고 있다는 점, 또한 그 본령이 종합편성채널임에도 여전히 뉴스 보도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 아울러 일부 종편에서는 당파적 성향을 시청률 확보를 위해 오히려 부각함으로써 편들기 혹은 편파 보도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정치적 이슈들을 ‘속보’나 ‘특보’, ‘긴급’뉴스라는 타이틀로 정치 이슈를 불필요하게 과열하고, 무엇보다 진영 논리 속에서 일부 종편이 ‘진보’와 ‘보수’, ‘종북’과 ‘일베’ 등으로 대표되는 패러다임을 고착화함으로써 사회를 양단으로 벌여놓고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언론은 무엇보다 그 사회가 마땅히 귀기울여야 할 이슈에 주목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통해 궁극적으로 사회 통합과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교회 공동체는 언론 보도에 대한 기독교적 해석과 가치판단을 위한 기준을 확립하고 공유함으로써 기독교적 미디어 비평과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이항대립적 구도를 거부하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나라’가 말하는 초월적 관점을 확보함으로써 분파적 견해를 뛰어넘는 새로운 해석과 비판적 관점을 제안해야 한다. 아울러 교회는 미디어 교육을 통해 매체 수용자의 주체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함으로써 미디어 소비자의 해석 능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5. 정치 : 안녕들하십니까 _ 대자보 열풍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12월 10일. 고려대의 학교 게시판에 한 대자보가 붙었다. ‘안녕들하십니까’로 시작한 글은 경영학과를 다니는 한 학생이 사회적 문제들을 바라보는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안녕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고 있는데 철도파업, 밀양송전탑 사건 등, 정치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면서 88만원 세대들의 불안함과 사회에 대한 무관심을 호소했다. 생각보다 파장이 컸다.
SNS 중심으로 대자보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동안 자취를 감춰왔던 아날로그 방식의 대자보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고등학교와 일반 기업에 이르기까지 했다. 그동안 사회적 약자로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했던 젊은 계층들이 학교와 사내의 게시판, 즉 공공의 장소에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대적 이슈들에 대해서 고민하며 참여적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여론도 만만치 않다. 대자보를 훼손하는 보수층(일명: 일베)의 움직임도 있으며 일부 학교장과 기관장은 교칙과 강령위반으로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인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황에서 대자보 열풍의 확산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표면적으로는 세대간의 갈등과 계층간의 갈등의 구조를 보인다. 88만원 세대가 맞이하는 사회경제적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고 또한 노동자와 농민으로 대표되는 일반 국민과 정치권력자들의 갈등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소리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사라졌다는 반증일 것이다. 대자보를 통해 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해 관심을 지니고 참여하고자 하는 여론 문화를 형성했으나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더욱 증폭한 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가? 교회 역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특별히 성도가 몸담고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하며 동시에 그들의 의사 표현이 정당성을 지닐 수 있도록 방법과 방향에 있어서 올바름으로 이끌 책임을 지니고 있다. 또한 기득권 세력 사이에서 화해와 평화를 위한 중재적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어느 한쪽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대화하고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통로로서 연대하길 기대해 본다.
교계 이슈 분야
6. 기독교 문화1 : 서울국제사랑영화제 _ 사랑, 그 아름다움을 노래하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Seoul International Agape Film Festival, SIAFF)는 서울기독교영화제의 새로운 이름이다. 지난 9회까지 서울기독교영화제는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선’을 모토로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며 폭넓은 관객층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으로 성장해왔다. 제10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는 소통을 위해 힘쓰며 ‘사랑’이라는 새로운 화두와 도전을 품고 '국제영화제’로 개최한 첫 번째 영화제다. 2013년 4월 4일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존 반 다이크 감독의 <낫 투데이>를 개막작으로 시작해 스티브 타일러 감독의 <블루 라이크 재즈>, 알렉스 켄드릭 감독의 <용기와 구원>, 베라 파미가 감독의 <하이어 그라운드>를 포함한 10개국 41편의 장 단편 영화를 소개했다.
233편의 출품작 중 예심을 거친 17편의 단편영화가 단편경쟁 섹션에서 소개되었으며 본선심사를 통해 4편의 작품을 선정하여 시상했다. 기독영화인상에는 <리틀제이콥>을 제작한 ㈜데이브인터렉티브의 권욱진 대표가, 사전제작지원 부문에는 피칭을 거쳐 곽기봉 감독의 작품 <황무지>가 각각 선정되었다. 제10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에는 개·폐막을 제외하고 유료관객 1300여명이 영화제를 찾았으며, 비평공모 시상과 다양한 부대행사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제11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는 2014년 5월 개최될 예정이다.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사랑을 마음에 품고 기독교 울타리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외연을 넓혀 소통의 장으로서 하나님 나라, 사랑의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7. 기독교 문화2 : “기독교 영화”, 다양성을 기반으로 선전하다
2013년, 이른바 기독영화로 분류되는 영화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1월 서울기독교영화제(현 서울국제사랑영화제) 사전제작지원작인 이원식 감독의 <누나> 개봉을 시작으로, 다양한 기독영화가 소개된 한 해였다. 3월, 선교사의 삶을 다룬 ‘소명시리즈’를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신현원 감독의 4번째 다큐멘터리 <소명 하늘의 별>이 새롭게 선보이며, 필리핀에서 순교한 故 조태환 선교사의 삶과 사역을 조명했다. 9월에는 북한 지하 교회의 진실을 다루고 있는 허원 감독의 <아유레디?>를선보였으며, 11월에는 캐나다 인디언들의 역경과 치유를 그린 <뷰티풀 차일드>와 뉴욕 할렘에서의 소울뮤직 체험기 <블랙가스펠>, 그리고 상처받은 사랑의 가치를 되찾는 이야기 <완전 소중한 사랑>을 연이어 개봉했다.
그 외에도 김수환 추기경의 삶을 그린 <바보야>, 위대한 고전 <레미제라블>, 홀로코스트 영화 <어둠속의 빛>, 교황의 고뇌를 다룬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등 기독교적 가치나 소재를 차용한 영화들도 눈 여겨 볼 만 하다. 이장호 감독의 <시선>, 김진무 감독의 <신이 보낸 사람>, 김상철 감독의 <중독> 등의 작품이 내년 상반기 개봉을 앞둔 가운데, 내년에도 기독 영화의 선전을 기대하게 한다.
8. 기독교 이슈1 : “차별금지법” _ 찬성과 반대 사이에 선 기독교인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9일에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과 <차별금지법>이 입법 예고되었다. 2007년과 2010년에도 제정의 움직임이 있었으나 실효성 논란과 사회적 합의 과정의 미비로 철회되었다가 또 다시 등장한 것이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은 극명히 갈리는데 종교계를 비롯한 보수 성향의 진영에는 반대를 시민단체를 비롯한 진보 성향의 진영에서는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아무런 결과를 남기지 못하고 사회적 분열만 초래하다가 4월 24일에 입법예고는 철회되었다.
<차별금지법>은 인종, 문화, 성별, 장애여부, 학력, 성적지향, 병력, 출신국가 등 어떠한 이유로도 개인의 인권이 침해될 수 없다는 전제를 지니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 UN의 인권이사회가 각 국가에 권고하는 사항이지만 최근에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이면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자리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은 한마디로 하기에 무리가 있지만 요약하자면 다양성의 존중과 모든 억압에서 해방이다. 기존의 가치 질서와 사회적 통념을 거부하고 여러 계층의 소수자들의 이익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으로 소수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시대 조류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논란이 되는 부분은 그 중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입장 차이일 것이다. 성적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합법화하는 것과 그들에 대한 비방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다. 찬성과 반대는 여기에서 극명하게 갈린다.
특히 이번 2013년 초에 법안 상정에는 기독교와 교회 지도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특히나 성소수자와 종교, 사상 등이 주요 쟁점을 이루어, 기독교 내에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동성애, 동성 결혼, 타종교에 대한 사항을 교회 내에서 언급하는 것조차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까지 확산되었고, 미국 사례를 들어가며 아주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정작 법안의 실제 내용과 기본 정신보다 자극적인 사례 중심의 글들이 퍼지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갖가지 루머들이 확산되었고, 몇몇 사항은 기정 사실화화여 설교 시간에까지 언급되었으며, 각종 SNS를 통해 공유되며 일부 기독교인들은 극단적이고 집단적인 반대 운동을 펼치기까지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적 관점은 무엇일까?
성경은 약자와 소수자들을 돌보시는 하나님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동성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자세를 취한다. 그렇다고 둘 사이가 정반대의 모습이라 말 할 수 없다. 죄는 미워하나 죄인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한다면, 또한 약자를 품어주시는 하나님을 생각한다면 교회가 동성애자를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다. 교회는 시대정신과 사회적 현실을 고려하면서 반대를 위한 투쟁보다는 통전적 입장에서 대화와 협력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법의 내용과 함께 그 이면에 담겨 있는 정신을 고려하면서 <차별금지법>의 금지를 넘어선 사랑으로 대화의 자리에 나서길 기대한다.
9. 기독교 이슈2 : “WCC 총회 개최” _ 종교성과 공공성을 논하다
종교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서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교회 안팎으로 많은 논의가 있어왔다. 종교는 세상과 구별되면서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종교 자체로만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세상 한복판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왔다. 동시에 세상이 종교와 거리두기를 하려고 해도 시대정신을 이끌고왔던 종교의 역할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에 기독교계 안에서 논의되는 공공성은 공공신학적 입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기독교가 교회 공동체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그 방향성은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 언제나 외부지향적이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WCC를 바라보는 입장도 교회의 공공성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있었던 WCC 부산 10차 총회는 교회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토론의 장이었다. 하지만 WCC를 바라보는 국내 기독교계는 크게 양분되었다. 소위 진보와 보수,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칼 진영으로 나뉘어 찬반 논란이 지속되었고 이는 기독교의 공공성에 대한 입장차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WCC는 교회의 과제가 자신들만의 담론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의 현실에까지라는 고백이다. 이는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인정이며 피조 세계를 관리하고 다스리라는 신적 문화명령에 기반한다.
세상의 한복판에서 정의와 평화를 실천하려는 교회 공동체의 과제는 찬성과 반대라는 대립 이념을 넘어서 연대와 화해를 통해 실현해 나가야 할 사명이다. 하지만 기독교계안의 당파성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과연 교회가 그 사명을 감당할만한 능력이 있는지를 다시 스스로 자문해보아야 할 것이다.
10. 기독교 이슈3 : “세습금지법” _ 교회, 사회적 책임을 향해 나아가다
지난해 감리교가 한국교회 최초로 교회 세습금지법을 통과한 이래, 2013년 장로교회의 주요 교단들도 담임목사 세습 방지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먼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이 세습 금지를 결의하여 즉시 시행하고 세습금지법을 신설하기로 하였으며, 기독교장로회는 세습방지법을 통과시켰다. 법률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예장 합동도 담임목사직 세습이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예장고신은 1년간 연구 기간을 가지기로 했다.
90년대 후반, 교회 세습이 급증하면서 교계 내에서 세습에 대한 상당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각 교회별로 세습 반대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교회 바깥의 의견이 교회 내부의 의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물었다. 지금껏 세습을 하느냐 마느냐는 개별 교회의 여론과 합의 유무에 달려 있었다. 담임목사의 아들이 후임자가 되면 선대의 목회철학을 계승할 수 있고 교회를 안정감 있게 유지할 수 있다는, 세습에 대한 분명한 명분도 있었다.
그러나 세습금지법에 대한 결의는 세습이 이제 더 이상 개별 교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교회 성장이 주춤하고, 한국사회가 한국 교회를 질타하는 시대에, 세습은 한국 교회의 문제이자 나아가 사회적인 이슈이다. 세습은 사회적 통념과 상식의 문제로 환원되었으며, 한국 교회가 사회와 소통할 수 있고 여전히 사회적인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문제가 되었다.
한국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스스로 정직하게 판단한 사항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묻고 요청하는 질문 앞에서 정직한 해답을 내어 놓는 좋은 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해 본다. 더하여 이번 계기를 통해 여타 대사회적 요청에 한국 교회에 맡겨진 책임을 완수함으로써 더 공고한 신뢰를 쌓아가길 기대해 본다.
게 시 글 공 유 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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