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최성수] 레이디 가가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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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의 음악

레이디 가가는 스스로를 음악 뿐 아니라 패션에 있어서도 예술가라고 얘기한다. ‘패션 파괴자’라는 그녀의 별명은 그녀와 꼭 들어맞는다.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만 하면 언제나 패션으로 뜨거운 이슈가 되는 그녀는 심지어 음악 보다 패션에 있어서 더 이름이 나있다. 락커스(Rockers) 스타일에서부터 펑키(Punky), 고스(Goth), 글램(Glam), 도미나트릭스(Dominatrix), 안드로지너스(Androgynous), 차브(Chav)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패션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 반면에 패션에 비교하자면 음악은 오히려 진부하다고 할 만큼 보편적이다. 일각에서는 그녀의 음악을 마돈나와 엘튼 존, 마이클 잭슨, 그리고 퀸과 같은 팝 가수들의 음악적 질료들을 혼합 가공해 탄생한 파생상품이라고 까지 말한다. 실제로 그녀의 음악을(특히 <Born this way>) 듣다보면 마돈나를 생각나게 하는 창법과 퀸의 ‘We will rock you’의 샘플링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 곳곳에서 발견되는 매력적인 훅들은 최근 일렉트로닉 팝을 넘어서 RnB계열의 음악에서도 즐겨 차용하는 것들이다. 실제로 대중적인 팝 음악에 관심이 있고 이를 즐겨 듣는 사람이라면, 레이디 가가의 음악을 아무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그녀의 진부한 음악은 우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음악과 패션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상태에서 획득되는 음악적인 지지는 결국 음악성의 빈곤함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기우인 듯하다. 사실 이러한 염려는 그녀가 패션에서 보여주는 만큼의 실험성을 음악에서도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를 저변에 깔고 있기 때문인데, 하지만 필자가 생각했을 때 그녀가 보여주는 보편적인 음악과 기괴한 패션의 조화는 포스트모던 사회이며 또한 영상문화시대에서 자신을 주장하고 관철시킬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다. 충격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비주얼한 화려함은 대중에게 어필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상문화시대에서 매우 활성화되고 있는 뮤직 비디오는 비주얼한 측면을 강조하지 않으면 안되게 만든다. 사실 마돈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만큼 실험적인 요소들을 대중성과 잘 접목시킨 사례도 굉장히 드물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음악이 단지 실험적인 패션을 어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은 아니다. 모방을 바탕으로 한 재창조, 파생상품이라고 하지만 이를 단순히 비판으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넓게 봤을 때 모든 현대 예술은 모방을 통한 재창조이기 때문이다. 레이디 가가는 단순한 모방을 넘어 모방을 통해 가십 거리를 유발하면서까지 자신을 대중매체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킬 줄 아는 가수다.

레이디 가가의 음악이 이미 오래 전부터 대중성을 획득한 팝 음악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은 반 기독교적인 시각에 일침을 가한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반기독교라는 낙인을 찍을 때 흔히 마릴린 맨슨이나 데스메탈(death metal) 쪽의 밴드들이 언급된다. 이 때 그녀의 음악 또한 이들과 동일한 취급을 받게 되는데, 이는 분명 온당하지 못한 평가다. 정규 2집에 이르러 레이디 가가의 음악들이 대체로 어두운 색이 짙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맨슨의 음악이나 데스메탈과는 엄격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맨슨과 같이 직접적으로 기독교를 비방하고 조롱하는 음악가들은 일단 사운드 자체가 굉장히 어둡다. 지나칠 정도로 왜곡된 기타 사운드와 공격적인 드러밍, 그리고 대체로 마이너한 코드 진행 때문이다. 이는 직관적으로 어두운 색을 토해내는 요소들이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반면에 레이디 가가의 경우, 이전에 있었던 경쾌한 리듬이 희미해지고 전반적으로 무거워지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누가 들어도 흔히 말해지는 ‘사탄주의자’들의 음악과는 다른 길 위에 있다. 음악을 구성하는 사운드의 조합, 창법, 그리고 코드 진행. 어디를 뜯어봐도 그들과의 차이점은 너무나 명백하다. 그녀의 음악에서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발견되는 경쾌하고 희망적인 사운드가 더 두드러진다.

그녀의 음악을 접함에 있어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장 프랑소와 리오타르가 말한 대로, 포스트모더니즘은 거대담론의 해체이다. 대중문화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상대성(분절화, 파편화), 대중성(대중지향), 혼합성의 특징을 갖고 구현되고 있다. 그녀의 음악은 특별한 맥락을 갖지 않는 중독성을 갖는 후렴구가 많고, 여러 음악들이 혼합되어 있고, 또한 다의적인 기표들이 많이 나타난다. 물론 패션에서도 여러 패션들을 혼합하고 있음이 지적되고 있다. 이것은 의미를 생산하기보단 단순한 충격 효과를 노리는 경향으로서 포스트모던한 대중문화 예술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또한 이것은 그녀의 음악이 어느 한 쪽 의미만으로 해석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그녀의 음악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조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세계관에 대해 그녀가 보여주는 비판적인 태도, 예컨대 반권위적이고 반윤리적이고 성적 경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대한 그녀의 비판은 거대담론 곧 권위적이고 보편적이라고 주장되는 가치체계에 대한 비판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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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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