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교회] ‘코로나19’와 함께 번지는 ‘가짜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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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교회 연재순서

#1. '코로나19' 사태와 한국교회(백광훈)

#2.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예배에 대해 고민하는 목사님들께 드리는 서신(김명실)

#3.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린다고? 인터넷 실시간 방송 예배 매뉴얼(이길주)

#4. 주일성수 예배자에서 사회 지킴이로: 재난에 대한 교회의 응전(안교성)

#5. '코로나19'와 함께 번지는 '가짜 뉴스' 바이러스(권혁률) - 현재글

#6. '코로나19'와 교회, 공적 교회됨의 의미를 묻다(백광훈)

#7. 코로나19와 신천지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최삼경)

#8. 포스트 코로나: 함께 하는 날이 다시 찾아오면(송용원)


‘코로나19’라는 신종바이러스가 우리 사회를 휩쓸며 큰 혼란과 희생을 초래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 안에는 이미 이 못지않은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는 바이러스가 몇해전부터 창궐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가짜뉴스’라는 바이러스다. 서로에 대한 불신과 증오를 부추기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이 파괴되는 가운데 누군가는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누리는 현상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가운데서도 우리는 수많은 관련된 가짜뉴스를 접하고 있다. 얼마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목회데이터연구소 등이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4%가 ‘코로나19관련 가짜뉴스가 심각하다’고 대답했다. 초기에 "건대입구역에 코로나바이러스 걸린 중국인이 쓰러졌어요"라는 식의 가짜뉴스가 퍼진 것을 시작으로, 정부가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도시락 사진과 함께 ‘중국 유학생에게 문재인 대통령 명의 도시락이 제공되었다’는 허위사실을 게시한 글이 SNS를 통해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진 속 도시락은 정부가 우한에서 귀국한 우리 교민에게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대구에서 근무 중인 의료진들의 처우와 관련해 ‘의료진이 숙소를 자비로 해결하고 있다’는 가짜뉴스도 퍼져 분노를 자아냈으나 실제로는 의료진의 숙소를 비롯한 생활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보건 당국이) 방호복 대신 가운 착용을 권고했다’고 SNS에 퍼진 글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료진의 복장은 감염 위험에 따라 일회용 방수성 긴팔 가운과 전신보호복 중 스스로 선택해 착용 가능하다. ‘중국을 경유해 들어온 여성이 코로나19로 발열 증상을 보였고 모 지역 보건소에 격리됐다’는 내용의 허위 정보를 재미 삼아 수차례 SNS 오픈 채팅방에 올린 고등학생이 적발된 사건도 있었다. 확인 결과 A군이 글을 올린 시점에 해당 지역에서 코로나19로 격리된 이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정도는 사회불안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수준이지만, 국민들의 건강과 방역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짜 코로나19 대처법도 온라인을 통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고백하자면, 명색이 언론인으로 가짜뉴스에 관심이 많은 필자조차도 깜빡 속은 적이 있다. 평소 신뢰하는 유명 목회자가 전문가의 글이라고 보내온 글이라 별 의심 없이 몇몇 단톡방에 전달했는데, 알고보니 가짜뉴스였던 것이다. 절반 이상은 제대로 된 대처법이었지만 그 글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끌었던 몇몇 문장은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실제로 가짜뉴스 가운데 상당수는 이처럼 사실인 정보에 허위.조작정보를 버무려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85%의 우리 국민이 가짜뉴스에 속은 적이 있다(입소스, 2019)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사안이 엄중함에도 일부 언론, 특히 일부 인터넷매체와 유튜브채널은 이런 가짜뉴스에 적극 대처함으로 잘못된 정보로 인한 국민들의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오히려 가짜뉴스의 숙주 내지 유포자 역할을 하고 있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가 이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제대로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중국이 제공한 마스크가 불량품”이라는 오보를 낸 언론사가 이를 바로잡는 노력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단적인 예라 할 것이다. 심지어 ‘코로나19’라는 공식 명칭을 외면하고 여전히 ‘우한폐렴’이라는 용어를 고집하면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언론도 있으며, 코로나19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경우까지 있으니 더욱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가짜뉴스의 역사-‘서동요’와 ‘관동대학살’


우리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가짜뉴스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훗날 백제 무왕이 된 것으로 알려진 서동이 지은 ‘서동요’는 선화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선화공주가 남몰래 정을 통하고 있다는 가짜뉴스를 퍼트린 것이다. 두 번째 관동대지진이 났을 때 일본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조선 사람들이 방화와 강도 등을 일삼고있다는 허위사실을 퍼트려 분노한 일본 민간인과 자경단이 우리 동포를 학살한 사건이다. 

서동요를 선화공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린이들이 서동이 주는 마에 넘어가 거짓말을 아무 죄의식 없이 퍼트린 결과 무고한 공주가 음란한 여자로 몰려 궁궐에서 쫓겨나는 엄청난 피해를 당한 사건이다. 관동대학살 역시 일본 관료들이 엄청난 재앙에 대한 사회적 불만과 정치적, 행정적 책임추궁을 피하기 위해 힘없는 조선인을 희생 제물로 삼았고, 이로 인해 6천명이 넘는 무고한 우리 동포가 학살당한 사건인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사건 모두,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조금만 살펴보면 진실을 알 수 있는 가짜뉴스에 의한 사건이었음에도 사람들은 속아 넘어갔다. 서동요의 경우, 누가 그런 노래를 가르쳐줬는지 부르는 어린이에게 확인하거나, 궁궐에서 사실여부를 조사해보면 진실이 쉽게 드러날 사건이었다. 관동대학살 역시 언론이 조금이라도 사실여부에 대한 취재를 했으면 확인될 사안이었음에도 무책임한 카더라식 보도가 이를 맹목적으로 믿은 대중의 비이성적 분노와 반인도적 학살을 촉발한 사건이다. 

여기서 우리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뿌리는 사람만의 책임이 아니라 이를 제대로 판별하지 않고 유포하거나 무조건 맹신하는 사람들의 책임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목회자의 설교나 아는 사이인 장로, 권사가 보내주는 SNS메시지를 무조건 믿거나 사실여부에 대한 확인 없이 맹신하는 경우가 많기에 더욱 그러하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실시한 <2020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서 ‘가짜뉴스의 심각성’에 대해 물은 결과,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률이 전체 응답자의 64.9%였으나 기독교인 응답자는 71.6%나 ‘매우 심각하다’고 대답해 다른 종교인들이나 무종교인보다 가짜뉴스의 폐해를 더욱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이를 반증하는 증거라 할 것이다.

자극적 프레임 뒤에 숨은 의도는 ‘돈’과 ‘정치’

이런 가짜뉴스는 도대체 누가 만들어 유포하는 것일까? 지난 미국 대선 당시 미국을 뒤흔든 가짜뉴스의 진원지를 추적해보니 마케도니아에 위치한 벨레스라는 소도시라는 충격적 사실이 밝혀졌다. 이곳에서부터 친 트럼프 성향의 악의적 가짜뉴스가 쏟아진 것인데, 범인은 대부분 이 도시에 거주하는 10대 후반 청소년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미국 극우 성향의 엉터리 뉴스사이트나 SNS의 글을 긁어모아 적절히 짜깁기하고 윤색해 가짜뉴스를 만들었는데, 벨레스의 청소년들이 친 트럼프 성향의 뉴스를 생산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이 도널드 트럼프에 호의적이고, 힐러리 클린턴에 악의적이어서가 아니라 트럼프의 뉴스가 돈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지 상관하지 않았다. 단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선언을 했다’가 뉴스콘텐츠 시장에서 장사가 됐고, ‘힐러리 클린턴, ISIS에 무기 판매’가 돈이 되기 때문에 가짜뉴스를 생산한 것이다.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유튜브와 같은 SNS서비스에서 광고주들이 가짜뉴스 사이트에 직접 광고하지는 않는다. 모든 광고는 광고 중개 서비스를 통한다. 광고주가 중개업체에 돈을 지불하면, 중개업체는 금액별로 광고를 배치한다. 높은 조회 수가 나오는 사이트일수록 높은 금액의 광고를 배치하는 식이다. 때문에 가짜뉴스 같은 자극적 콘텐츠가 돈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기에 ‘정치적 의도’가 더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는 유독 정치인이 운영하거나 혹은 정치적 성격으로 운영하는 사이트나 개인 유튜브방송이 많고 해외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 3명중 한 명꼴로 전.현직 정치인의 유튜브채널을 구독/시청하고 있는데, 이들 정치인의 채널은 국민과의 소통활동이 아니라 정치활동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국민들은 가짜뉴스에서 가장 핵심적 요소가 ‘정치적 의도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한국언론진흥재단, 2019). 결국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있는데 이를 많은 국민들이 즐겨 시청하며 이들의 재정수익과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가짜 뉴스를 자꾸 보면 가짜뉴스의 함정에 빠져

또 하나 우리가 주의할 점이 있다.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혐오와 차별, 극단적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인터넷이나 핸드폰을 통해 접하는 정보는 알고리즘을 거쳐 선별적으로 전달되는 것인데 이때 알고리즘은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좋아하고 자주 보는 것 위주로 보여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인의 편견과 고정관념 역시 강화된다. 한 번 가짜뉴스나 정치 편향적 글을 읽기 시작하면 점점 그런 글만 접하게 돼 결국 자신의 편향성이 강화되는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필터버블(Filter Bubble)’ 현상도 이를 부추긴다.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검색 업체나 SNS 등이 이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용자가 특정 정보만 편식하게 필터링을 해주는데, 이런 개인화된 알고리즘은 뉴스 콘텐츠와 만나 필터버블 현상을 극대화한다. 한쪽으로 쏠린 내용 위주로 전달되면서 당사자의 인식과 여론을 호도할 수 있게 된다. 최근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결국 개인화된 알고리즘으로 인한 필터버블 현상과 맞물려 잘못된 사실도 진실처럼 보일 수 있게 된다. 사실 여부보다 자신의 호불호가 뉴스를 보고 믿는 기준이 되는 셈이다.

가짜뉴스는 십계명 위반

기독교언론학자들은 창세기의 선악과사건을 하나님과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 사건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선악과를 따먹은 것은 뱀이 유포한 가짜뉴스에 아담과 하와가 속아 넘어가면서 벌어진 사건인 것이다. 지금 우리를 유혹하며 분열과 갈등,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가짜뉴스에 또다시 속아넘어가지 않도록 지혜와 분별이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에덴동산에서 뱀이 전해준 가짜뉴스를 믿고 행동한 하와와 같은 어리석음을 우리가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가짜뉴스는 십계명 위반이라는 사실이다. 가짜뉴스 생산자든 유포자든 "네 이웃에 대해 거짓증거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위배하게 되는 것이다. 가짜뉴스가 창궐할수록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 8;32)는 말씀 위에 굳건히 서고자 하는 지혜와 노력이 절실하다.


권혁률(성공회대 연구교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장) 

* 이 글은 목회데이터연구소의 넘버즈 칼럼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번지는 '가짜뉴스' 바이러스"를 수정, 보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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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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