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백광훈 원장(문화선교연구원)
기독교 윤리학자인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eibuhr)의 책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Moral Man and Immoral Society는 인간 개개인은 도덕적일 수 있지만, 집단으로서의 사회는 악을 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개인 도덕과 집단 도덕에 대한 단순한 이해를 넘어, 인종차별주의, 국가주의, 닫힌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와 같은 집단이기주의 위험성을 강조함으로써 집단성이 지닌 위험성을 드러내려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자칫 책 제목으로 인해 개인은 도덕적이고 집단은 비도덕적이다라고 오독될 수 있었다. 그런 까닭이었을까. 니버 말년에, 다시 쓰고 싶은 책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그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비도덕적 인간과 더욱 비도덕적인 사회(Immoral Man and Even More Immoral Society)’로 바꾸고 싶다고 하였음은 의미심장한 일화로 남아있다. 니체(F. Nietsche)가 『도덕 계보학』에서 이미 지적하였듯이, 인간의 선과 악이라는 개념도 결국 권력의 사적 이익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의도 속에서 구성되어 왔고 인간은 스스로의 도덕적 한계를 모른 채 자신을 절대화하면서 타자를 억압함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현실을 만들어왔음을 우리는 잘 알기 때문이다.
성경은 이미 모든 인간이 죄 아래 있으며 의인은 하나도 없다고 알려주고 있다.(롬 3:10) 하나님 앞에 선 인간은 근본적으로 비도덕적인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다. 인간실존에 대한 이 깨달음은 개인에게는 구원의 길을 찾아 떠나는 출발점이 되어왔고, 용서와 상호 이해, 공존과 평화를 이루어가는 교회 공동체의 근간이 되어왔다.
오늘 한국사회야말로 이러한 자기 이해를 지닌 이들의 실천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 할 것이다. 정치, 세대, 계층, 성별, 이념 등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갈등과 미움의 모습들은 결국 자기 한계를 모른 채 타자를 소외시키고 심지어 악마화(demonization)하려는 인간 죄성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신앙인들은 모든 것들을 상대화시키는 하나님 중심의 근원적 신앙을 통해 헤아림과 서로 사랑의 문화를 실천함으로 세상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에 힘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 한국교회가 당면한 문화선교의 과제임을 인식함으로 이 땅에 하나님의 평화를 이루어가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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