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과학-5] 트랜스휴먼 기술 시대의 인간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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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이 주연한 영화 “트랜센던스”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다. 주인공 윌 캐스터 박사(조니 뎁)는 모든 지식을 네트워킹하면서 자각 능력까지 가질 수 있는 슈퍼컴퓨터 PINN의 완성을 앞두고, 반과학단체의 암살시도로 인해 죽음 직전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연인이자 동료인 에블린(레베카 홀)은 캐스터 박사의 뇌를 스캔하여 PINN에 이식한다. 이를 통해, 캐스터 박사는 생물학적 몸이 아닌 슈퍼컴퓨터 내의 의식적 존재로서 계속해서 살아가게 된다.


공상과학 같은 이 이야기는 World Transhumanist Association(WTA) 등의 단체를 중심으로 실제 연구되고 있는 기술력이다. 이를 트랜스휴먼 기술이라고 부른다. 트랜스휴먼 기술은 인간에게 주어진 3가지 생물학적 한계들, 곧 노화, 질병, 죽음을 극복하고자 한다. 기술력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의 뇌를 스캔하여 기계의 몸에 이식하는 것이다. 영화 “트랜센던스”의 캐스터 박사처럼….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만약 인간의 의식이 현대 뇌과학이 밝혀주듯 뉴런들과 시냅스들, 그리고 그사이를 오가는 전기화학신호와 물질들 사이의 복잡한 네트워크에 수반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구글의 엔지니어링 디렉터인 레이 커츠와일은 이러한 종류의 기술력이 가까운 시일 내 실현될 수 있다고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Singularity is coming)”에서 주장한 바 있다. 주어진 한계 상황들을 극복하는 인간의 노력이 죽음을 극복하려는 차원에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영국의 생물학자 줄리안 헉슬리는 이러한 인간의 자기초월능력을 트랜스휴머니즘이라고 부르며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각주:1]

“인간 종은 그들이 원하면 그들 자신을 초월할 수 있다...우리는 이러한 믿음에 대한 이름이 필요하다. 아마도 ‘트랜스휴머니즘’이 적합할 것이다. 인간은 인간으로 남아있는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본성의 새로운 가능성들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을 초월하려고 한다.”

기술력을 통한 노화와 질병의 극복, 나아가 죽음에 대한 극복은 인간을 모든 종류의 억압으로부터 해방하는 궁극적인 기술이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유명 피아니스트이자 대중 과학 작가인 사이먼 영은 “휴머니즘이 우리를 미신(superstition)의 사슬들로부터 자유케 했던 것처럼 트랜스휴머니즘은 우리를 생물학적 사슬들로부터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각주:2] 

WTA 단체의 초대 발기인으로 참여한 옥스퍼드 대학의 철학 교수인 닉 보스트롬은 트랜스휴먼 기술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비판하며,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면서부터 이미 주어진 본성과 자연(physis)을 변형시켜 사용해왔다고 지적한다.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는 것, 커피 열매를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가 아니라 가공해서 섭취하는 것, 인간 장기 이식 수술로부터 자연 치아를 인공 치아로 바꾸는 임플란트 시술까지 인간은 이미 기술력을 통해서 자연을 가공해서 사용해왔고, 일정 부분 인간의 자연적인 본성까지도 이미 가공해서 사용해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트랜스휴먼 기술에 반대하는 것은 보수적 성향, 곧 “현 상황 편향성(status quo bias)”에 의한 것이지 만약 트랜스휴먼 기술이 실현된다면 그 혜택으로 인해 더 이상의 반대는 없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이와 달리 스탠퍼드 대학의 철학 교수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트랜스휴먼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를 반대한다. 첫 번째는 기술 개발을 위해 들어가는 자원의 투자 대비, 기술 혜택은 사회경제적 권력을 가진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돌아가게 될 것이고, 나아가 사회 내 불평등을 가속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른 이유로 후쿠야마는 인간의 카오스적 복잡성을 든다. 인간은 오랜 진화과정을 거쳐 출현한 상당히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에 하나의 속성을 바꾸게 된다면 다른 속성이 어떻게 변화될지 예측 불가능하다. 인간의 공격성과 호전성은 자신과 주변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어력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배타적인 감정은 배제되지 않고 있는 동일 집단 내의 친밀감과 연결되어 있으며, 질투심은 사랑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생물학적인 한계 등을 기술력을 통해 변형하게 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의도치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인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대비해야 할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앙과 신학은 도래하는 트랜스휴먼 기술 시대에서 어떠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정대경(명지대학교)

학창 시절 배운 자연과학 이론들 때문에 종교에 회의적이었다가, 회심 체험 후 기독교인이 되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와 샌프란시스코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버클리연합신학대학원(GTU)에서 “생명의 기원과 하나님 행위(Divine Action)”로 논문을 쓰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명지대학교에서 교목 및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1. Julian Huxley, Religion without Revelation, 1967, 195. [본문으로]
  2. Simon Young, Designer Evolution: A Transhumanist Manifesto, 2005, 8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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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의 문화선교를 돕고, 한국 사회문화 동향에 대해 신학적인 평가와 방향을 제시, 기독교 문화 담론을 이루어 이 땅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사역에 신실하게 참여하고자 합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와 영화관 필름포럼과 함께 합니다.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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