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칼럼] "2017 개신교인의 신앙의식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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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이하 한목협)가 <2017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에서 개신교인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들을 확인할 수 있는 이 조사는 1998년도 1차 조사를 시작으로 2004년, 2012년에 이어 이번에 네 번째다. 교회에 대한 비기독교들인의 인식은 물론, 기독교인들이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들을 확인할 수 있기에 눈여겨볼 대목이 많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이번 조사 결과는 한국교회가 적지 않은 과제와 변화를 요구받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결과 중 눈에 띄는 몇 가지 점들이 있다. 예컨대, 이른바 ‘가나안 교인’의 증가추세이다. 기존 교회들에 대해 불신하고 탈제도적 교회를 지향하는 '가나안 교인'의 수가 20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나안 교인’ 추세를 추정할 수 있는 출석 교인과 비출석 교인 비율이 1998년에는 각각 88.3%와 11.7%이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76.7%와 23.3%를 기록함으로써 기성 교회에 출석하지 않으려는 교인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교회에 대한 평가가 매우 부정적임도 확인할 수 있었다. 비개신교인을 대상으로 한국교회의 주된 이미지를 조사하였는데, “이기적이다”, “물질 중심적이다”, “권위주의적이다”라는 평가가 60% 내외의 수치까지 올라갔다. 반면, “약자 편에 선다”, “도덕적이다”, “교회 밖 세상과 잘 소통한다”는 응답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한국교회가 지역사회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기독교인 76.4%는 교회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비기독교인은 20.6%만이 그렇다고 대답해 인식의 차이가 매우 심각함을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조사에서도 기독교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것은 어쩌면 예상된 당연한 결과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개신교인 47.9%가 기독교를 ‘더 적게 신뢰하게 되었다’고 응답하여 2012년 19,7%보다 신뢰도 저하 경향이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한국교회 위기를 이야기하고 대안을 모색해왔으나 결과적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이 객관적인 지표로 드러나게 된 셈이다.

이러한 결과들은 한국교회가 무엇에 더욱 힘써야 하는가를 알려준다. 세상이 교회의 진정성을 평가할 때 무엇을 보는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개개인의 내면의 신앙 영역이 아니라 세상 속에 드러나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본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고, 헌신하는지, 신앙의 열매로서의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향과 교회공동체가 일구어내는 문화를 주목하여 보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세상이 교회에 최우선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항목에서 다름 아닌 우리 사회에 한국교회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달라고 응답했다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비개신교인 4.3%만이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 올바른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치열해지는 경쟁사회의 불확실한 미래에 두려워하고, 물질주의와 소비문화, 탈규범화 현상이 가져오는 극단적인 상대주의와 허무주의 속에서 교회공동체를 통해서 삶의 방향에 대한 유의미한 가치들을 제공 받고 싶어 하는 이 시대의 갈망에 한국교회가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마 5,14-15)는 주님의 말씀은 오늘, 교회의 자리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가르쳐준다. 한국교회의 위기는 단순한 교세 축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가 세상을 향하여 더이상 빛을 발산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러기에 한국교회가 지도력을 회복하는 길은 신앙인다운 신앙인으로 살아가고, 교회다운 교회의 가치와 문화를 이루어가는 데서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 세대를 본받지 않고(롬 12,1),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자리에 구원의 길이 있음을 믿고 용기 있게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의 시민들이 더욱 많아질 때 세상은 교회를 비로소 “희망”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개신교인 인식조사 결과를 우리가 새겨야 할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백광훈 원장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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